The CUT interview


Hello. the CUT.

모두가 홍대 앞인 시절이 있었다. 자유롭게 술을 마시며 음악을 들었고. 편안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독특한 디저트를 맛보았다. 홍대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고,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있었다. 이제 홍대가 아닌 곳은 없다. 홍대 정문에서 상수역 사거리를 지나 당인리 발전소를 거쳐, 합정과 연남과 저 멀리 망원까지 모두가 홍대 앞이다. 외연이 넓어진만큼 얕아지고 가벼워지고 맛은 밋밋해진다.

시간이 지나도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는 곳이 있다. 꾸준히 사람이 찾아온다는 의미와 동시에 어떤 공간의 상징이 되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주변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여전히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제 10년. 홍대 앞 ‘더컷’은 그렇게 시간을 먹고 자란다. 어느덧 이름의 ‘the’가 잘 어울리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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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더컷에게 물었다. 왜?

자르다. 잘랐다. 그래서 컷인가 싶었어요. 이름이 왜 ‘더컷’이에요?

잠깐 영국에서 배우고 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살던 곳 근처에 이름이 ‘잇’이라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었어요. 갈색 바탕에 고딕체로 E, A, T, 딱 박혀있는데 정말 깔끔해 보였어요. 그래서 나도 ‘컷’해야 겠다 그랬어요. C, U, T. 고딕체로. 근데 막상 주변 사람들 반응은 별로였어요. 그러다가 ‘THE’를 붙여볼까 그래서 ‘the CUT’으로 했어요. 근데 또 외국 사람들은 오만한 이름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아무래도 ‘THE’가 주는 느낌이 있으니까, 근데 뭐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처음 느낌대로 지었어요. ‘the CUT’으로. 심플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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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아주 심플해요. 그래서 1인 미용실을 시작한 건가요? 한 사람에게만 집중 하는 게 심플하니까?

영국에 안 갔으면 아마 몰랐을 거예요. 유학까지는 아니지만 그곳에 갔었던 경험이 아무래도 크게 작용했죠. 한국에 와서 굳이 큰 가게 아니어도 아기자기하게 운영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영국 가기 전에 청담 쪽에 있는 샵에서 일했는데, 처음에는 영국 갔다가 다시 그샵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어요. 근데 막상 귀국 날짜가 다가오는데 자신이 없었어요. 전쟁 같은 스트레스랑 압박을 감당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일단 혼자 하기로 했어요. 게다가 돈이 많이 드는 비즈니스가 아니었으니까. 망하면 다시 샵으로 돌아갈 생각하고요.

강남 쪽에서 계속 일을 했으면서, 왜 하필이면 홍대에서 처음 시작한 거예요?

익숙하고 친숙한 곳이에요. 이 동네가. 음악 들으러 워낙 많이 돌아다녔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동네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 했어요. 다른 곳은 생각도 안 했고. 또 한 편으로는 그나마 홍대에 오는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잘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1인샵으로 운영하는 건 어쨌든 도전이었으니까. 이 동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나마 거부감 없이 받아주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믿었던 거죠.

 

Who?
더컷을 찾는 사람들.

자, 이름도 정했고, 공간도 마련해서 처음 더컷을 열었어요.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던가요?

그럴 리가. 대책 없었지만, 그냥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그때 당시 월세를 기준으로 하루에 커트 손님 세 명만 와주면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었거든요. 근데 만약 그 세 명 중 한 명이 파마나 염색이라도 하면 남는 거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옆 건물에 장사 잘되던 카페가 있었어요. 그곳을 찾아가던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여기 뭐야.’ 하면서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렇게 한두 명씩 사람이 오기 시작했죠. 아, 그리고 중고 세탁기를 주문했는데 배달해주시던 분이 신기했나 봐요. 둘러 보더니 갑자기 바로 자를 수 있냐고 그래서 바로 잘라줬어요. 그게 첫 번째 유료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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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이 자꾸 찾아올까요? 한 번 오면 계속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아무래도 서로 코드가 맞아서? 통하는 게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여기 오는 사람들은 북적거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편안한 분위기 좋아하고. 내가 그렇거든요. 나랑 비슷한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결국 내가 해준 스타일링, 컷팅 실력에 만족하지 못 했으면 안 왔을 텐데, 아주 나쁘지는 않으니까.

 

Which?
더컷만의 어느 것. 시그니처.

공간을 꾸밀 때 어떤 기준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나요?

최대한 저예산으로 했어요. 컨셉 같은 거 없이. 여기가 처음에 옷가게 였거든요. 바닥도 그렇고 지금 거울도 옷가게에서 쓰던 거 그대로 쓰고 있어요. 아, 저기 달린 미러볼도! 다 바꾸려면 돈이 워낙 많이 드니까. 그래서 그냥 최대한 이 공간 느낌 살리자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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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컷은 공간 활용도 그렇고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도 그렇고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사장님 취향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플레이리스트는 무슨 기준으로 만들어요?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음악을 좋아했고, 많이 듣기도 들었고, 꽂히는 거 있으면 지겨울 때까지 듣고 바꿔요. 요새는 HONNE, Glass animals, The black seeds, 이렇게 자주 듣는 것 같아요. 보통 영국 밴드 주로 듣는 거 같아요.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진짜 대중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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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컷 안에 있는 물건 중에 뭐가 제일 소중해요? 더컷의 정체성이 담긴 물건 혹시 있어요?

큰 스피커! 솔직히 이곳이 넓은 공간이 아닌데, 공간 많이 차지하는 스탠드형 스피커를 가져다 놓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근데 음악 듣는 걸 좋아하니까 사운드는 포기 못 하겠더라고요. 처음부터 내가 스트레스 안 받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어요. 그래서 가게 준비할 때도 음향장비에 제일 돈이 많이 들어갔어요. 미용 기구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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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신경쓰는 패션 아이템은?

티셔츠? 청바지에 티셔츠? 지금은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냥 편하게 즐기고 입을 수 있는 것. 면바지나 슬랙스는 파마약이나 염색약이 묻으면 바로 티가 나요. 하지만 청바지는 아니니까. 저절로 일에 맞춰지는 것 같아요. 패션도.

 

How?
남들과는 다른 방식.

그나저나 더컷의 쇼룸은 어떻게 생각하고 꾸미신 거예요? 전시공간이 있는 미용실이라니.

애초에 거창하게 전시공간을 생각하고 만든 공간이 아니에요. 처음 가게 시작할 때는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았어요. 그래서 가끔 관심 있는 사람이 들여다보는 정도라서 시선이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는데, 사람이 점점 늘어나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손님들도 민망해할 때가 많았으니까. 그래서 가게 5년 정도 했을 때 앞에 쇼룸을 만들고 출입문을 안쪽으로 들여서 만들자고 마음먹었었어요. 그리고 처음에 한두 번 전시 스케줄을 잡고 진행했는데, 지금까지 하고있네요. 아무래도 홍대 근처 동네라서 잘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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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어요?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돈을 벌 수도 있잖아요.

아무래도 월세가 계속 오르니까, 샵인샵으로 운영을 해볼까 하는 고민은 항상 있어요. 어느 순간 갑자기 바뀔 수도 있어요. 처음에는 빵집이랑 같이 운영을 해볼까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이 동네에 맛있는 빵집이 많으니까, 빵집 별로 잘 나가는 아이템들 모아서 팔아도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그게 또 절차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허가도 그렇고. 쉬운 게 없어요 뭐든지.

벌써 5년이 넘었으면 전시한 작품만 해도 엄청 많을 것 같은데, 지나간 작품들은 어디서 볼 수 있어요? 아카이빙은 해오고 있나요?

해야지 해야지… 언젠가는… 근데 뭔가를 만들려면 워낙 운영이 손에 많이 가니니까. SNS 같은 것 운영하는 게 힘들어요. 댓글 달기도 힘들고. 왜 그렇게 댓글을 많이 다는거야. 할 말도 없는데.

 

Where?
영감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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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는 주로 어디서 파악해요?

아,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요. 그래서 배워요. 정보를 많이 얻어요. 스마트폰 말고 사람을 통해 얻는 게 많아요. 트렌드나, 새로운 스타일뿐만 아니라 분야 가릴 것 없이. 저는 SNS를 안하는데, 손님들이 다 알려줘요. 그래서 그냥 손님들이랑 대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직업적인 특성도 그렇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노력해야 하는 거 같아요. 30대 때까지는 크게 떨어진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이제 마흔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위기감이 있어요. 좀 더 예민해져야 하는 부분이 필요한 것 같고, 어쨌든 내가 쌓아온 감성이 있으니까 이대로 밀고 가도 나빠지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은 있지만 스스로 나태해질까 경계하는 마음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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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손님들 취향에 따라서 스타일 제안도 하는 편인가요? 스타일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어요?

요새는 손님들이 스마트폰 다 있으니까 알아서 하고 싶은 스타일을 보여주거든요. ‘아 ~ 이런 머리, 이런 머리.’ 하면서 같이 봐요. 보는 걸로 자극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아무래도 일을 하다 보면 내가 하려는 스타일만 자꾸 하는 경향이 생기니까. 익숙한 스타일을 추천하기도 하고, 잡지도 틈틈이 보기는 하지만 어쨌든 손님들이 더욱 저를 새롭게 만들어 주는 거 같아요.

 

What?
일을 하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무엇.

 


손님들 취향 파악하는 것이 일의 중요한 부분이 되기도 할 것 같은데? 방법이 혹시 있어요?

사실 손님이 딱 들어오면 알 수 있는 게 있어요.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났으니까. 분위기로 느껴지는 것이 있어요. 아니 사실, 전화할 때부터 이 사람의 태도가 딱 드러나요. 그래서 가끔 장부에 써놓기도 해요. 진상일 것 같으면. 태도가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 사람이 되거든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음, 그리고 신발을 많이 보게 돼요. 커트 보를 딱 치면 얼굴이랑 신발만 보이거든요. 신발, 양말. 자꾸 눈에 들어오니까 그걸로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한정된 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고, 일의 효율성이나 집중도가 중요할 것 같은데?

생활이 안정되어야 하는 거 같아요. 일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요즘 제일 편하게 일하고 있어요. 일만 생각할 수 있어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까, 규칙적인 생활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어요. 또, 운동하니까 일과 취미 사이에 저만의 일정한 패턴이 생기고 그걸 지키는 과정 자체가 저를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줘요. 일을 잘하려면 결혼을 해야 해요. 결혼하세요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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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일을 대하는 자세.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너무 생각이 많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물건을 버려야 공간이 생기듯이, 내려놓을 건 좀 내려놓고 단순하게 사는 게 필요한 거 같아요. 그냥 일하는 거잖아요. 그 행위에 별다른 생각은 사실 필요하지 않아요. 그냥 성실하게, 그러니까 어떤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저는 1인샵을 운영하고 있으니까 시간을 예약한 손님에게 그 시간만큼은 온전하게 할애한다는 그 다짐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다른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결국 효율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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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효율을 위한 비효율은? 일 말고 다른 행위로 만족감을 찾는 경우가 있어요?

음… 일 외에 다른 일을 잘 하지 않아요. 가끔 공연 보러 가는 정도? 아, 운동해요. 아까 얘기했지만, 지금은 조금 짬이 나도 그냥 운동해요. 점점 몸이 힘들어져요. 온종일 서서 일하니까, 근데 저는 평생 일을 하고 싶거든요. 평생 힘들다고 말하면서 일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수영도 하고 일도 해요. 육체적인 활동은 바로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이 있거든요. 미용 일도 그렇고 수영도 그렇고, 각 성취감이 만나서 서로 시너지를 주는 부분이 있어요.

마지막 목표가 혹시 있어요?

일을 딱 75세까지 하고 싶어요. 이제 10년 조금 넘었어요. 35년 남았어요. 쉬면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경제적인 부분을 떠나서 작은 일이라도 계속 해야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치열하게 일할 수는 없겠지만, 놓지 않고 계속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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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UT is ________?
더컷이 말하는 더컷은?

더컷이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공간이길 바라나요?

그냥, 친구한테 머리하는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를 편하게, 형, 오빠, 아저씨, 동생, 친구처럼 느껴서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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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UT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5길 27 태리하우스
02-337-1250

 

edit : 제형준 / photo : 오치화 / design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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