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O interview


Hello. ATO.

첫인상이 중요한 이유는 아주 오래가기 때문이다. 한 번 생긴 이미지를 깨는 일은 꽤 어렵다.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는 일도 결국 인상에서 비롯된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 결정한다. 이미지는 다양한 감각으로 형성되기에 시각이나 청각, 후각뿐만 아니라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순간에 집약된다.

아토의 공간도 그랬다. 아토에서 일하는 사람도 그랬다. 모든 것은 순간이기에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느낄 수 있다. 표정과 입은 옷과 함께 쓴 안경이 주는 인상이 그랬다. 공간에서 느껴지는 향과 흘러나오는 음악이 그랬다. 아주 더할 나위 없을 때, 사람들은 보통 믿게 된다. 모든 것은 결정됐다.

좋은 이미지는 아주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토는 아주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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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왜 이렇게 베일에 싸여있는가?

인터뷰는 몇 번 해본 적 있으신가요?

아니요. 안 해봤습니다. 앞으로도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음… 사실 제가 말을 잘 못 해요. 괜히 실수해서 이미지만 깎아 먹을까 봐 안 했어요.

SNS 운영이나 홍보를 따로 안 하는 이유가 있어요? 자료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같은 이유입니다. 홍보해도 잘하지 못하면 도움이 안 되니까요. 그리고 새로운 손님이 오면 물론 좋지만, 지금 상황에서 더 많은 손님을 받는 것은 제 능력 밖의 일이에요.

 

Who?
아토와 정예가 궁금해요.

이름은 왜 ‘ATO’인가요?

이 공간이 저에게도 선물, 손님에게도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순우리말을 좀 찾아봤는데, 그게 바로 아토였어요. 선물이 순우리말로 아토. 예뻤어요. 근데 알고 보니까 잘못된 순우리말이래요. 당황스러웠어요. 또, 비슷한 아이돌 이름도 있고 지금은 좀 후회합니다. 곧 바꿀까 생각하고 있어요. 제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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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정예 맞죠?

네. 맞아요. 아버님 친구분이 지어주셨어요. 슬기로울 예. 한자로 재주 예면 진부할 수 있는데, 거의 안 쓰니까. 독특한 면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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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은 왜 부암동에 있나요?

돈이 없어서요… 진짜… 선택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샵 찾으러 엄청 돌아다녔어요. 처음에는 한남동, 옥수동 사잇길, 후암동, 연희동 근처가 괜찮을 거 같아서 많이 알아봤어요. 부암동은 예전에 일하던 샵에서 퇴근할 때 지나다니던 길이에요. 근데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한적하고.

 

How?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오게되었는지?

일 하신 지는 얼마나 됐나요?

19살 때부터, 지금 서른여섯이니까. 17년? 벌써 그렇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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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고등학교 다니면서 멋모르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했어요. 그때 열아홉에 가정형편이 어려웠거든요. 대학을 못 갈 것 같으니까 그럴 바에는 빨리 돈을 벌자고 생각했죠. 직업 반에 가서 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기름때 묻히고 그런 거는 싫고, 제가 남중 남고를 나와서… 무조건 여자가 많이 있는 곳에 가고 싶었어요. 이건 진짜니까 꼭 써주세요.

네네. 꼭 넣겠습니다. 처음부터 큰 살롱에서 일했어요?

처음 취업 나가서는 소규모 샵에서 일했죠. 저를 잘 챙겨주셨어요. 나중에 큰 샵으로 옮겼죠. 숙대 청파동, 동대문, 명동에 있는 백화점, 홍대에서 일하다가 이곳으로 왔죠.

작은 규모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어요?

고민 많이 했어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큰 살롱에서 일을 10년 정도 했거든요. 잘 아시겠지만 정말 엄청 복잡해요. 그러니까 저도 안 좋고, 손님도 안 좋아요.

그리고?

그리고 제 성격상, 남들과 쉽게 융화가 잘 안 되더라고요. 일 외적인 부분의 유대 관계는 괜찮아요. 하지만 정작 일을 할 때, 협업이 어려웠어요. 저는 그게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그 부분이 계속 스트레스더라고요. 당연히 그렇게 일을 해야 했고, 할 수밖에 없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또, 서른한 살에 영국 다녀왔거든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큰 살롱에서 일할 생각 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돈은 다 썼으니까. 일단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뭐.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고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었어요.

초반에 자리 잡는 과정은 어땠나요?

생각보다 수월했어요. 음. 자랑은 아닌데, 오픈하고 지금까지 매출에 대한 고민은 없었어요. 원래 고객들이 있었고. 그 고객들이 소개를 해주셨고. 그리고 나와서 제가 혼자 하니까 고객들은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본인에게 더 집중하는 느낌을 받을 테니까. 그리고 큰 살롱에서는 수입이 디자이너에게 많이 돌아가는 구조가 아니에요. 수익성에서는 어쨌든 혼자 하니까 더 낫더라고요. 하지만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 힘들었죠. 모든 걸 다 혼자 결정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시간 관리나 전반적인 운영에 대한 기준을 잘 세우는 게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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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꾸밀 때 고려했던 것은?

인테리어는 신경을 많이 못 썼어요. 진짜 돈이 없었기 때문에… 일하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췄죠. 지금은 살림살이가 많이 늘어났는데, 처음에는 테이블. 거울. 의자, 이렇게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이 자리가 원래 갤러리였거든요. 그래서 흰색 벽 그대로 살리고, 몰딩만 을지로 가서 사서 직접 했어요. 갤러리 분위기 살릴 수 있는 건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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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ch?
정예의 취향?

정예를 나타낼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혹은 취향이 반영된 물건?

어…가위…? 제 작업 도구들이지 않을까.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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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가 천차만별이죠?

저는 기본적으로 작은 가위가 좋아요. 왜냐면, 섬세한 느낌이 드는 게 좋거든요. 일본 브랜드 좋아해요. 지금 쓰는 가위도 오래 쓰던 것이에요. 일본 브랜드 중에 WINGS가 있는데 영국 잠깐 가서 연수받을 때 그쪽 살롱이랑 콜라보한 아이템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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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써요?

물론, 슬럼프가 오면 새로 사요. 보통 쓰던 거는 후배를 줘요. 가위랑 친해지는 기간이 있어요. 그 기간도 사실 일하는 재미 중에 하나에요. 가위마다 달라요. 쓴지 꽤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어색한 느낌이 드는 가위도 있어요. 사람이랑 똑같아요.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이 있다면?

저는 안경 좋아합니다. 안경 많이 갖고 싶어요. 이번에 여행 가서도 안경 가게 돌아다녔거든요. 두 개 사 왔어요. 좋아하는 브랜드의 본점을 가봤어요. 파리 마레지구에 있는 ‘ANNE et VALENTIN’ 매장이랑, 런던에 있는 ‘Cutler and Gross’ 매장. 특히, ‘ANNE et VALENTIN’은 물건을 쉽게 보여주지 않아요. 큐레이터들이 있어서 손님들 이미지에 맞게 안경을 골라주거든요. 그런 재미가 있더라고요.

매장 내 음악도 신경 많이 쓰죠?

그날 예약 리스트를 확인하고 오실 손님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골라요. 날씨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그렇지만 크게 보면 내가 좋아하는 노래 리스트 안에서 고르죠. 요즘은 펑크 좋아해요. 70~80년대 펑크 자주 들어요. CHIC!, Marvin Gaye, Rodriguez, The Whispers. 흑인 음악을 좋아하네요. 제가. 또, 요즘 아티스트는 Jose James, Daniel Caesar, Solange 자주 들어요. 느낌은 조금 다르지만, The Whitest Boy alive도 좋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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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영감의 원천.


영감을 얻는 통로는요?

저는 인터넷을… 잘 안 해요… 대신 잡지 스크랩을 좀 합니다. 잡지를 보고 골라서 자르고 붙이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트렌드가 머리에 들어오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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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고전적인 방법이네요?

따로 캡처도 하고, 핀터레스트도 써봤어요. 기기안에 이미지는 많이 쌓이긴 쌓이죠.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잘 안 보이더라고요. 사실 머리에 있는 게 자연스럽게 손으로 표현되는 거잖아요. 스크랩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딱 떠오르지 않아요.

어떤 잡지 주로 보나요?

다양하게 봐요. 샵 안에 있는 잡지 전부. 일본 잡지도 보고요. 일본어는 못하지만. spur magazine, popeye magazine, 많이 봐요.

근데 손님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해달라고 하면 기분이 상할 때도 있잖아요?

그런 게 있어요. 보통 5~6년 정도 오신 분들이 많거든요. 손님들이. 그분들을 매번 새롭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이고 사실 불가능해요. 물론, 처음 온 손님이 사진 가져오면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어요. 근데 매번 오는 손님이 제안을 해주시면 그건 좋아요. 고마워요.

여행도 자주 하세요?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꼭 쉬려고 해요. 저는 일주일 6일 그리고 열 시, 열한 시까지 일하거든요. 그렇게 계속 일하면 확실히 동력이 떨어져요. 여행 가서는 가만히 있어요. 사람들 구경하면 도움이 돼요.

 

What?
정예만의 노하우?

처음 온 손님들 취향 파악은 어떻게 하시나요?

예약할 때 전화하는 태도나, 문자 보낼 때 쓰는 단어 같은 것들로 느껴지는 게 있죠. 처음에는. 근데 신기하게 저랑 분위기가 닮은 분들이 많이 온다고 해야 하나? 성향이 비슷한 것 같아요. 까다롭고, 그래서 피곤하고, 짜증 많고… 농담이고요. 엄청 많이 꾸몄지만 안 꾸민 척하고? 네, 제가 그렇거든요. 예민한 구석이 있고, 그런 분들 많아요.

그렇게 까다로운 손님들이 많은데 작업하는데 본인만의 원칙이 있다면?

저는 머리가 주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머리가 튀면 촌스럽게 느껴지거든요. 손님이 혹시 튀는 머리를 원해도 저는 하지 않아요. 근데 다행히도 큰 변화를 원하는 분들은 많이 오지 않아요.

머리를 잘한다는 기준은?

그냥 어울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별다른 기준은 없어요.

집중을 잃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은?

아침에 일찍 나와요. 하루를 그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담배랑 커피의 시간이라고 부르는데, 담배 끊어서 요즘은 그냥 커피의 시간. 부랴부랴 하면 하루가 엉켜요. 그리고 일 끝나고는 일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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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원칙은요?

저 혼자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고, 결국 손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결국 고객과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하루 전에 고객에게 문자 보내는 건 기본이고요. 그래도 늦는 분들은 뭐 제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죠.

 

Work?
일과 삶의 균형은 어떻게?

일과 삶의 밸런스는 잘 맞추고 있나요?

일에 치우치는 것 같아요. 일 끝나면 일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예약을 핸드폰으로 받기 때문에 생각하기 싫어도 계속 생각하게 되죠. 여자친구가 저한테 그랬어요. 일에 빠진 사람이라고. 나는 솔직히 몰랐어요. 나름대로 일 끝나고 스스로한테 시간을 투자하고자 하지만 힘들긴 해요.

취미생활은요?

자전거 타요. 장거리로 막 다녀요. 등산하는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목적지를 정하고 도착해서 돌아오면 성취감이 있어요. 확실히. 북악 스카이웨이도 가고 멀리 가면 미시령까지. 돌아올 때는 힘들지만.

그리고?

영어학원 다녀요. 회화 배워요. 여행 갔을 때, 프랑스 여자랑… 아니. 아니. 프랑스 친구도 좀 만들고 싶어요.

그럼 왜 불어를 안 배워요?

불어는 배우기 힘들어요. 그래서 아쉬운대로 영어를 배워요.

근데 왜 자꾸 프랑스에요?

사람들이 이쁘더… 아니. 아니. 참 괜찮더라고요. 사람들 분위기도 좋고, 아쉬운 대로 서래마을 자주 갑니다.

그러면 프랑스 가기 전까지는 계속 이 일을 하시는 건가요?

네, 저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물론 앞으로 일이 점점 줄어들 수도 있고 또, 제가 의도적으로 줄이는 날이 오겠죠. 그래서 지금이 중요해요. 일을 열심히 해야 오래 일 할 수 있어요. 제 삶의 만족보다는 일단 돈을 버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어요. 기반을 닦는 거죠. 다른 부분에서 노력한다기 보다 그냥 일을 열심히 하는 거예요.

마지막 목표가 있다면?

제가 잘살았으면 좋겠어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샵에 대한 목표는 딱히 없어요. 일과 삶이 너무 밀접하게 닿아있어서 지금 약간 혼란스러운 상황이거든요. 결국, 내가 행복해야 일도 잘할 수 있겠다고 하는 생각은 들어요.

 

ATO is ________?
아토가 말하는 아토?

아토는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공간보다는 시간에 포커스를 맞춰요. 만족하는 시간. 유익한 시간. 머리는 물론이고,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ATO

 

ATO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 168
02-396-1885

 

edit : 제형준 / photo : 오치화 / design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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