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단의 여친존


전봇대 옆 무심히 쌓여있는 쓰레기봉투도, 시골 아저씨들이 타고 다닐법한 촌스러운 빨간 오토바이도, 이 곳 우사단길에 놓여 있으면 하나의 풍경이 되고 그림이 될 수 있어요. 우사단을 찾아온 사람들의 이유야 제각기 다르겠지만, 신기하게도 아티스트들이 유독 이 동네를 사랑하는 것은 과연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익숙함과 낯섦이 일정하게 공존하는 이 곳의 분위기라면, 매일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아요.

Slumdog Barbershop

 

Intro

바버샵은 왠지 금녀의 구역처럼 느껴지지만, 궁금한 건 못 참는 법! 오늘은 특별히 남자 친구를 설득해 이 곳 바버샵에서 머리를 해보기로 했어요. 정말 우연히 발견한 이 곳이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느낌이 남달라 꼭 한 번 와보고 싶었어요.

Slumdog Barbershop입구를 들어서자마자 풍겨 나오는 엄청난 마초적인 포스에 눈이 휘둥그레져요.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인 이국적인 저 제품들은 모두 바버샵 전용인가 봐요.

Slumdog Barbershop남자가 되어 직접 바버샵의 서비스를 경험해볼 수 없는 건 너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그래도 편안한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가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슬럼독에는 남자 친구의 머리를 기다리며 소파에서 기다리는 여자 손님이 그렇게 많다고 해요.

 

Detail

Slumdog Barber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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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친구가 머리를 감는 동안 저는 찬찬히 슬럼독 샵의 디테일들을 감상했어요. 벽에 걸려있는 액자와 소품들 그리고 전용 의자까지 어느 하나 뻔하다고 느껴지는 게 없어요.

Slumdog Barbershop여기에 어두운 조명과 흥겨운 음악까지 더해져 ‘슬럼독이 추구하는 올드스쿨’이 무엇인지 나타내 주고 있어요. 아마 인테리어 업체의 손을 거치지 않고, 선생님 두 분이서 오롯이 공간을 채웠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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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cedure

본격적인 커트에 들어가면 꼬박 1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그도 그럴 것이 매장에 손님이 들어오고 서비스를 받고 나가는 순간까지 같은 머리를 하더라도 시간 대비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일반 미용실과는 확연히 달라요. 빗질 하나하나, 면도기가 지나가는 자리의 모근 하나하나까지 여자인 저 보다도 더 섬세하니까요.

Slumdog Barbershop멋진 손길이 지나간 후에 완성된 모습을 짠-하고 보기 위해서라도 잡지를 보면서 기다리기로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바버샵 전용 잡지라니 꽤나 흥미로워요. 잡지에 나오는 머리처럼 변신해있을 남자 친구를 기대하니 이거 정말 설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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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ro

Slumdog Barbershop제가 알던 남자 친구가 맞는지… 2년을 만났지만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새삼 놀라워요. 여자들이 네일샵에 열광한다면, 남자들은 바버샵에 열광한다는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는 남자 친구의 말에 괜스레 제가 더 뿌듯해져요. 정갈한 가르마만큼이나 정갈한 서비스에 ‘우리 오늘부터 1일!’이라 외치며, 슬럼독의 단골을 선언합니다.

 

한 줄 평

머리를 하는 남자 친구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여자 친구가 더 흡족한 곳.

슬럼독바버샵 – instagram.com/slumdogbarber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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